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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의 확장

사진은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창작이라서 분명 기술 수준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작업분야인 것은 맞다. 특히 포토그래퍼의 열정과 스킬의 수준에 무관하게 특정한 순간에 특정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성능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산 등의 문제로 그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면 목표의 방향을 변경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비록 정론임에는 분명하지만 작은 작업의 시작 단계에서나 할 수 있는 매우 편협한 생각인 것 같다.

사용범위가 넓은 고성능 장비가 모든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줄 확률이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나 답인 것은 아니다. 완전히 제한된 조건에서 최적화시켜 사용하는 경우라면 - 포토그래퍼나 고객의 기분을 제외하면 - 결과물의 평균 품질을 충분히 달성하는 데에는 오래된 구형 장비라도 전혀 무리가 없고, 또한 설정한 허용 범위 안에서 목표의 수준을 약간 낮추면 운반의 부담과 예산을 매우 크게 절약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의 문제가 있는데, <일정 수의 장비 투입>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다. 아무리 고성능 카메라라고 해도 한 번에 오로지 한 방향의 화각만을 커버할 수 있을 뿐이지만, 총 예산을 비슷하게 맞추면서 가격이 낮은 - 충분히 허용범위 안에는 드는 - 여러 대의 장비를 사용하면 완전히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이 상태에서 허락된 예산 범위에서 하이-로우 믹스(High-Low Mix)를 적절히 활용해 결과물의 품질 수준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전체적인 프로젝트를 정밀하게 코디네이션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해진다.

시간이 갈수록 창작의 많은 부분이 필드보다는 데스크로, 그리고 은행계좌로 옮겨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소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사진 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이, 그리고 서비스가 이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과거 디자이너 시절에도 아트 디렉터보다는 뛰어난 실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최고 목표였는데 - 물론 지향점이 달라서 그랬기도 하겠지만 - 나의 시야가 정말 좁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직업분야를 안정시키고, 또 확장해 오면서 가장 중요한 작업도구의 커버리지 향상에 그 어느 요소보다도 묵직한 주안점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제 기본 이상의 레벨에는 충분히 도달한 시점이므로, 성장의 방향을 새롭게 전환할 필요가 대두되었다. 그리고,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스페어 개념만 아니라면 함께 코웍을 할 사람이 반드시 나와 동일한 수준의 실무능력을 가져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행운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불행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이러한 방식으로는 생각을 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혹은 혼자보다는 다수가 함께 해결해 나아갈수록 좋은 많은 고민, 그리고 그에 뒤따르는 - 정하면 되돌릴 수 없는 - 선택을 더욱 많이 앞두게 되었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지극히 쓸쓸해진다. 지금까지 나는 고독한 검객마냥 <혼자의 작업>에 모든 것을 최적화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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