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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카메라와 비디오카메라의 경계, 언젠가는 허물어진다

광고 촬영에 사용되고 있는 RED One 카메라. ARRI의 50mm 시네마 렌즈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세계적인 패션지인 미국의 '보그(VOGUE)'지의 표지 사진의 많은 수가 알고보면 RED 카메라로 담은 4K (4096 × 2160) 비디오에서 캡쳐한 스틸 컷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영화촬영 작업 중에도 영화의 홍보용 스틸 컷을 이 카메라로 함께 찍는 일이 많습니다. RED 카메라는 본격적인 디지털 영화를 찍을 때에 사용되는 카메라로, 드라마 '추노'를 찍는 데에 이용되면서 국내의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기종입니다.
이런 일은 기술적으로 RED카메라의 영상 성능이 엄청나게 강력하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인데, 사실 비디오에서 추출하는 스틸 컷은 장점이 많습니다. 상용 장비로도 초당 최대 60프레임까지도 찍을 수 있는 비디오의 프레임 속도는 현 최고성능 스틸사진 카메라의 그것을 큰 폭으로 능가하기 때문에 셔터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모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포즈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스틸 컷과는 또 다른 자연스러운 느낌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실로 최대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부수적으로는 모델의 영상을 찍으면서 동시에 완전히 같은 각도에서 스틸 컷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또 추가됩니다. 각도가 다를 필요가 없다면 별도의 스틸 카메라와 인력이 불필요하다는 뜻으로, 이는 비용 절감으로도 연결됩니다. 단점이라면 지속광 스튜디오 시설이 필요할 수 있고, 엄청난 양의 프레임들 중에서 이미지 컷을 골라내는 작업이 보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전문 패션사진에 사용되는 초고해상도의 디지털 카메라에 비해서는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죠. 그러나 RED 카메라의 비트레이트가 매우 커서 이미지 품질이 충분히 좋은데다 4k 해상도면 1,200만 화소급의 디지털 카메라급 해상도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데, 이 정도면 상당한 사이즈의 프린트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어둠과 싸우며 사진을 찍으면서, 제가 발견한 중요한 기록 기술 중 하나도 이처럼 비디오를 이용하는 것인데, 비록 카메라 성능의 한계로 해상도가 낮고, 압축률도 높아 이미지 품질이 스틸사진에 비해 떨어지지만, 1/50의 낮은 셔터 스피드 (Nikon D3s는 720/24fps의 프로그레시브 스캔 영상을 기록합니다) 센서의 작은 영역을 사용해서 그런지 카메라의 기본 감도가 상당폭 향상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별도 후보정 없이도 비디오 화면 특유의 질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긴급 방편 이상으로 비디오 DSLR을 이용한 새로운 창작 방법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단순한 생각으로 이 작업을 해 보려고 덤비면 반드시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최초의 영화는 스틸사진의 프레임을 이어붙인 활동사진'이라는 개념이 필요하고, 원하는 목적에 따라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셔터 속도와 조리개 등 비디오 노출을 풀 매뉴얼로 조작할 수 있는 카메라가 반드시 필요해집니다. (이것이 안 되는 비디오 DSLR도 많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선 비디오의 셔터 속도가 매우 중요한데, 스틸사진을 찍듯 대상의 움직임에 맞추어 셔터 속도를 빠르거나 느리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게 조리개(아이리스)와 감도를 조절해 노출을 맞추어 주어야 합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찍은 영상은 사실 영상으로서는 우락부락하게 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특정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영상 자체로는 쓰기 어려울 정도이지만, 영상을 프레임 별로 풀어서 스틸 이미지로 만든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1/50, 1/60 과 같은 표준 비디오에 요구되는 셔터 속도로 찍은 비디오는 비디오로 돌려보면 부드러울지 몰라도, (특히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의 경우) 개별 프레임을 잘게 나누어 보면 흔들림(모션 블러)이 매우 심해 선명도가 지극히 떨어지므로 스틸 컷으로는 전혀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Adobe Premier등을 이용하면 비디오를 원하는 사이즈(해상도로) 모든 프레임을 이미지 파일로 출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이미지 사이에서 헤매게 될 것은 각오해야 합니다. 초당 24프레임을 찍는 카메라라도 불과 5분 짜리 영상에 7,200프레임을 기록하기 때문이죠. 아무튼 이런 방식으로 기록하면 니콘 D3s카메라로는 컷당 약 1.2메가비트의 용량을 갖는 1,280x720 해상도의 JPEG 스틸 컷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골라내는 작업이 보통이 아니겠지만, 웹용으로는 정말 충분한 품질의 이미지를 골라낼 수 있고, 제한적이지만 실제 프린트에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최근에 획득한 소니 VG20같은 기종, 혹은 1080HD 기록이 가능한 신형 비디오 DSLR을 사용하면, 같은 조건에서 1,920x1,080으로 해상도가 대폭 증가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큰 센서를 채용했을수록, 비트레이트가 높은 기종을 사용할수록 스틸 컷의 이미지 품질은 좋아질 것입니다. VG20의 경우, HDMI 무압축 출력을 이용하면 (별도의 레코더가 필요하지만) 비트레이트를 400% 높일 수 있어서 매우 기대됩니다. 그리고 곧 나오는 니콘 D4의 경우 HDMI 무압축 출력 기능을 지원한다고 공식 발표되었으며 비디오의 노이즈 제거 기능을 비디오에 맞게 좀더 최적화시켜 나온다니 아마도 현재 니콘 비디오 DSLR의 스틸 컷에서 느껴지는 자글자글함이 상당히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미래에는 셔터 찬스의 의미가 사실상 없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는데 그 배경에는 이런 기술이 있는 것입니다. 최근 촬영 후에도 초점과 조리개(심도)를 재조정할 수 있는 카메라 기술도 서서히 선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구현된다면 포토그래퍼의 현장 역할은 구도를 선정하는 것 이외엔 거의 없어질 것이고, 공연 같은 경우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한 뒤 콘솔에 앉아 원격으로 셔터 속도를 조절해가며 (혹은 전동 서보를 이용해 구도까지 조절해가며) 대단히 입체적인 사진, 그리고 영상을 기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사실 스틸사진기와 비다오카메라의 경계는 사라지는 것인데, 최근 태동하고 있는 3D 촬영 기술이 더해진다면 정말 그 가능성의 끝을 알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대용량 데이터의 실시간 처리능력이 얼마나 발달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는데, 무어의 법칙이 착실히 지켜지고 있으므로 그리 먼 훗날의 이야기는 아님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포토그래퍼는 이제 비디오와 반드시 친해져야 할 것입니다. 사진을 사진(PHOTO)로만 보지 말고 스틸 영상, 그리고 비디오는 스틸 영상의 확장개념인 '활동영상'으로 생각하고 두 미디어의 갭을 연결하고 특징을 융합하는 방법을 끝없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앞으로 불과 몇십 년 안에 <포토그래퍼>의 직업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바꿀 수 있는 기술발전의 추이도 주의 깊게 주목해야만 할 것입니다. 사진의 핵심 아이덴티티였던 '찰나의 예술'이라는 포인트가 없어지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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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tonecold 2012/01/12 17:08 # 삭제 답글

    좋던 싫던 기술의 발전이란게..

    패러다임까지 변화시킨게 여태까지의 모습이더군요..

    포터블 카메라의 등장 그리고 세계대전.
    브레송 등 뛰어난 타큐멘터리 사진가들에 의해 융성했던 '찰나의 예술'도 이제는 퇴색되는게 아쉽긴 하지만..

    새로운 기술에 의한.. 다른 영역을 개척해보는 이들도 있기에.. 또 다른.. 무었이. 등장하겠죠
  • Visionstyler 2012/01/12 23:40 #

    시대에 적응하는 것 역시 문화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들의 시대적 사명인지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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